베르사이유 궁전에가면 입구에 서 있는 궁전 건물 위에A toutes les gloires de la France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다. ‘프랑스의 모든 영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런 대단한 자부심 때문인지 한여름 땡볕에 수백미터 줄을 서서 고통스럽게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이곳을 보고 싶으면 참고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 같은 오만함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불만 가득함이 궁전 안으로 들어가면 사라지는 것은 궁전에서 느낄 수 있는 화려하고 찬란한 문화 예술적 가치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현재 프랑스의 자랑꺼리로 여기고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은 프랑스 대혁명의 빌미가 된다. 대단한 예술 애호가였던 루이 14세 덕분에 베르사이유는 바로크 예술의 걸작품으로 탄생하지만 백성들은 무거운 세금과 노역으로 시달렸을 뿐 이에 함께하고 즐기는데 동참하지 못했다. 문화 예술의 가치는 황제와 일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을 뿐 백성들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고, 오랫동안 침묵으로 이를 지켜보던 백성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베트남에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후에 왕궁이 있다. 후에는 1802년부터 1945년까지 존립한 응우엔 왕조의 수도였고 이곳에 아름다운 예술적 걸작품을 남겼다. 아름다운 베트남 문화 예술의 총화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무분별한 폭격으로 대부분 파괴되었지만 현재 남아 있는 궁전 벽의 도자기 장식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느낄수 있다. 하지만 응우엔 왕조의 몰락으로 이 찬란함도 막을 내리게 된다. 왕조의 몰락은 변혁하는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백성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한 원인이 더 컷다고 할수 있다.
여름 시즌의 많은 유럽 도시들은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도시를 찾는 이들에게 기쁨과 즐거움 중 하나는 길거리 퍼포몬스이다. 전통 클래식 연주부터 재쯔, 팝송과 샹송 등 정말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진다. 길을 지나다 발을 멈춰 듣고 즐기면 그만이다. 예술성이 높다고 감흥을 느낀 몇 몇 사람들은 동전 몇개를 던져주고 지나간다.
대단한 예술가의 경지는 아니지만 이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이를 통해 자신도 행복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