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40도에 가까운 폭염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몇일 전 지인에게 안부를 물으니 ‘ㅋ ㅋ 서울 오지 마세요. 가을에 오세요’라는 답변이 왔다. 베트남 여름은 우기라 비로 식혀주어 오히려 한국보다 나은 형편이다. 몇일 전 달랏으로 휴가를 온 가족들이 호치민 공항에 내리더니 왜 이렇게 시원하냐고 물었다. 현재 한국에서 최대 희망은 비로 열기를 식혀주는 자연의 힘을 기다리는 것이다. 오죽하면 항상 공포의 대상이던 태풍을 바라고 있을까.
어릴 적 비가 오려면 개미떼가 줄지어 가던 모습을 보곤 했다. 개미떼가 줄지어 가는 것을 보게되면 어른들은 비가 오려는 모양이라고 하셨다. 개미는 지능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천지 변화를 예측하고 움직이는 것일까?
나미비아의 대초원에 사는 흰개미는 진흙 알갱이에 침과 배설물을 섞어 2m 이상 솟아오른 둔덕을 만든다. 개개의 개미는 집을 지을 만한 지능이 없지만 흰개미 집단은 역활 분담하여 서로 협력해 탑처럼 거대한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능력을 갖고 있다.
1910년대 하버드 대학 교수이자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가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면서 ‘집단 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용어를 처음 제시했다. 이를 통해 떼를 지어 움직이는 곤충들의 생태계 습성을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곤충들 또는 짐승의 세계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논리로 발전하게 된다. 1983년 피터 러셀의 책에서 사회학적 정의가 이뤄졌고, 이후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레비(Pierre Levy)는 오늘날 기업, 학교, 대학, 지역에서는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하는 ‘지식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집단지성의 사회학적 행태에 대해 분석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늘날 우리가 가장 밀접히 사용하고 있는 페이스북, SNS는 대표적인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이라 할 수 있다. 서로가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더 나은 정보들이 집적되고 이에 의해 가장 완성적인 지식체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iN은 네이버 사용자 사이의 지식 교류 서비스 로 사용자가 올린 질문이나 궁금한 내용, 고민에 대해 다른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답을 달면서 지식을 주고 받고 있다. 2002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12년 9월 기준으로 올라온 질문의 수는 1억 건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 상담을 도입하여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곳은 이제 우리가 궁금해 하는 모든 궁금증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지식 바다’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 지능’의 대표적 현상이다. 한 사람의 지능과 정보는 아주 한정적이고 유한하다. 하지만, 사회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집중하게 되면 상상을 초월한 정보체계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IBM은 세계에서 특허 최다 보유기업이다. 한 기업이 엄청난 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IBM은 2001년부터 해마다 웹을 통한 대규모 토론의 장을 제공하고 있는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직원 약 9만 명 이상이 이 토론회에 참여한다. 몇 가지 주제와 문제점 해결 방안에 대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온라인 상에 게재하고 24시간 내내, 수일 간 집중 토론한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아이디어를 보완 및 수정하고 발전시키는데, 이 글로벌 온라인 컨퍼런스를 일컬어 이노베이션 잼이라 한다. IBM은 2006년 이 같은 시스템 운영으로 10가지 차세대 혁신사업을 도출하였고 그 후 2년 동안 여기에 미화 1억 달러를 투자하였다.
베트남 시장 개척에서 가장 큰 애로로 ‘데이터 베이스’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장 접근을 위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시장 이해이고, 정확한 시장 이해를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 즉 통계자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각 산업 영역, 각 품목에 대한 시장에서의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발견하기란 불가능하다. 베트남통계청에서도 격년으로 World Bank의 지원을 받아 수치가 작성되고 있지만, 이것을 외부인들이 접근해 활용하기란 현실성이 없고, 자료 자체 이해도 일반인들에게는 어렵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안으로 ‘집단지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언해 본다. 지금 이 시간도 누군가 베트남 시장 파악을 위해 대가를 지불하고 시장을 조사하고 있다. 그리고 아주 일부분이고 단편적일지라도 자료들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집적되고 모여지지 않기 때문에 완성체 정보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다음주에는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생들이 모 기업의 후원금을 받아 베트남 시장조사차 호치민을 방문한다. 이들이 선택한 분야는 ‘베트남 청년 20대가 사용하는 화장품’에 대한 조사와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이 양국으로 각각 유학하는 분포도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들이 조사한 것은 사회에 공개되고 제공될 필요가 있고, 이 같은 제공은 한 곳에 집적되어 또 다른 누군가 이에 대한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수정보완해 나가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바로 우리가 기대하는 집단지능 효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베한타임즈를 바라보는 시각은 네이버의 지식인처럼 베트남 정보들이 공유되고 집적되어 베트남 정보의 바다를 만드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베트남 뉴스를 전달하는 것에 치우쳐 있지만, 집단지능의 효과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면 그냥 꿈같은 얘기는 아닐 것이다. 베한타임즈가 베트남 사회에서 미디어로서 집단지능을 형성하는 플랫폼으로 사용되어진다면 한인기업, 한인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남다를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그리고 이 같은 참여를 독자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최근에 새로 만든 베한타임즈 온라인 홈페이지에 참여하시어 정보를 공유하는 시작점을 찾아 보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