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초미의 관심은 전직 대법관의 구속 여부였다.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가장 안타깝고 불행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심심찮게 터진 법조 비리들로 인해 검찰 및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려 왔었지만, 법과 정의의 최후 보루라고 여겨 온 대법원에 대해서는 성역처럼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마저 재판을 정치 권력에 의지했다고 하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기에 우리나라 제1위 로펌인 김앤장까지 압수수색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 압수수색을 통해 전직 대법원장과 관련된 상당한 비리 관련 증거들이 확보된 것으로 들어났다고 한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 그 동안 공들여 온 여러 제도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형국이다. 필자가 맡은 사건을 위해 판사실에 출입하는 것이 아주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사실 특별한 공무 이외에 변호사가 판사실에 출입하는 것을 금하는게 법원 규칙이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앤장은 달랐다. 대법관실에 들어가 재판 방향에 대해 서로 상의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과거부터 예견되어 온 우려가 현실로 들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1973년 설립된 김앤장은 세계 100대 로펌 안에 드는 대형로펌이라고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장 배경을 보면 정치 권력을 뒷배로 삼아 왔다는 비판적인 평가도 있다. 로펌의 구성 조직 중 고문제도를 활용한 부분 때문이다. 김앤장은 정부나 금융권에서 업무했던 고위직 퇴임자를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고액 연봉을 주고 고문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이들은 사실상 사건 보로커로 수임 건수를 높이거나 정 관계 로비스트로 활동하여 승소를 이끄는데 일조했다. 한 언론 기사에 따르면, 이같은 역활을 하는 고문들이 경제, 금융 영역에서만 40~5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다시금 청와대 또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 주요 보직의 장에 임명되어 그 영향력을 더욱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그들의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김앤장은 거대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기업집단이 된 것이다.
필자가 사법연수원에서 2년 동안 법조인 연수과정을 거칠때 법조윤리 과목이 있었다. 책이 유난히 두꺼웠다. 하지만, 책 분량에 걸맞지 않게 학점은 1학점 정도로 아주 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습하지 않고도 누구나 점수를 취득하는 거의 패스 학점이였다. 책만 두꺼웠지 누구 하나 관심있게 거들떠 보지 않았다.
필자는 변호사로 생활하면서 법조윤리 책이 왜 그리 두꺼웠을까? 그 내용이 뭐였더라…… 가끔은 궁금해 지는 때가 있었다. 그 책의 내용에 대해 좀 심각하게 토론하고 나름 어떤 기준점을 정하는 잣대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타이슨 퓨리(30, 영국)와 디언테이 와일더(33, 미국) 간에 세계 헤비급타이틀 빅매치가 있었다. 영.미 간 복싱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고, 대전료도 대단한 금액이었다.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무승부에 그쳤지만 이날 경기로 퓨리는 총 1,025만 달러(약 114억원)의 돈을 벌게 되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는 복서지 비즈니스맨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생활에 필요한 최소환의 몫만 남기고 1,000만 달러(약 110억원)는 노숙자,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비즈니스 맨이 아니다.” 주먹으로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자가 아니라 권투를 즐기는 스포츠맨이라는 너무나 멋진 말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를 아는 멋진 스포츠맨이다.
변호사는 비즈니스맨인가? 가끔씩 떠올리는 자문이다. 변호사가 직업인 것은 분명하다. 수익을 올려야 하고 이를 통해 생활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여러 직업들과 다름없다. 그러나 수익을 극대화 시키는데 몰도할 수 있는 비즈니스맨은 아니다. 기본적인 업무 성격이 법과 질서에 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가장 나쁜 이웃이다”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이는 공인으로의 변호사 직업을 포기하고 비즈니스맨으로 전락한 변호사들이 너무 많아 생긴 말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원칙에 입각하고 정도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를 아름답고 밝게 만드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