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시에 거주하는 한국 여고생이 택시기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해 교민사회가 들끓고 있다.
17세 A양은 지난 달 30일 오후 호치민시 푸미흥 비보시티 앞에서 비나선 택시에 탑승했다. 탑승 당시에는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사건은 신호 대기로 차량이 잠시 멈춰 있는 동안 발생했다. 운전사는 갑자기 바지를 내려 신체 주요부위를 노출한 채 스스로 음란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목적지인 냐베현까지 가는 도중 기사는 이런 행위를 몇 차례 반복했다.
어린 학생인 A양은 수치심은 물론, 겁이나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고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큰 충격을 받은 A양은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이를 털어놨다.
당시 A양은 경황이 없어 택시 번호를 인지하지 못했지만 A양의 아버지는 주변 교민들의 도움으로 택시 탑승 장소와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비나선 택시 사무실을 찾아 해당 기사를 찾아냈다.
기사는 성희롱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비나선 측도 해당 기사는 비나있선에서 10년을 근속한 성실한 직원이며 그런 짓을 결코 저지른 적이 없다고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5월 4일 업데이트 : 결국 비나선 측은 해당 기사에 대한 직무정지를 내리고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기사는 여전히 성희롱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A양의 아버지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사과를 받아내고 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사가 부인하고 있는데다 A양의 진술 외에 어떠한 증거도 없는 상태라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에도 또 다른 호치민시 교민이 택시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 된 적이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나듯 택시 탑승 전 차량 번호와 기사 허가증 등을 확인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휴대폰으로 촬영하거나, 녹음을 해 증거를 남겨야 한다.
호치민시 한국 총영사관의 이희석 경찰영사는 “한국에서는 이러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 진술에 무게를 두지만 베트남에서는 증거가 더 중요하다”며 “향후 교민들이 이런 피해를 입게 된다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증거 혹은 증인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희석 영사는 “베트남에서 택시 관련 범죄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영사관 측에서는 택시 회사 간부들을 만날 때마다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택시 회사 측에 기사들에 대한 교육 강화를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