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복수비자 도입, 환영하는 베트남
“정말 잘 됐네요. 한국에 감사합니다.”
호치민시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도탄하이씨는 최근 한국 법무부가 베트남인들에 대한 복수비자 제도를 도입한 것에 대해 크게 반색했다.
사업차 한국에 자주 간다는 도탄하이씨는 입국 때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했던 탓에 여간 불편했던 것이 아니다. 그는 “이제는 한국 여행도 좀 더 자주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한국 정부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한국 법무부는 12월부터 하노이, 호치민, 다낭 등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유효기간 5년의 단기방문(C-3) 복수비자,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문직업인, 그리고 4년제 대학 학사 이상 학위소지자 또는 해외 국가 석사학위 소지자에게는 유효기간 10년의 단기방문(C-3) 복수비자를 발급해 주기로 결정했다. (11월23일 베한타임즈 보도) 복수비자를 받으면 정해진 기간 동안 자유롭게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베트남 국적자 대부분은 한국 방문 때마다 비자를 새로 받아야 했고, 발급도 까다로워 많은 베트남인들이 불편을 호소해 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신남방국가 인적교류 활성화와 방한 관광객 확대를 위해 베트남에 대한 복수비자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복수비자 제도가 새로 도입된 국가는 베트남을 비롯해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라오스,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인도, 방글라데시 등 11개국이다.
한국 법무부 관계자는 “베트남에서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영향으로 ‘축구한류’ 열풍이 불고, 화장품과 K-팝 등 한류 영향으로 신남방국가 국민의 방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번 비자제도 개선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신남방국가와의 문화·인적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뚜오이쩨, 타인니엔, 전찌, 띠엔퐁 등 유력 일간지와 VTC 등 TV는 물론 VN익스프레스와 징을 비롯한 온라인 매체들도 한국의 복수비자 도입 소식을 앞 다퉈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김도현 주 베트남 한국대사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베트남을 복수비자 발급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인들 환영 일색
도탄하이씨와 마찬가지로 복수비자 도입에 따라 많은 베트남인들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한국의 모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베트남인 응웬티탐 씨는 “앞으로 안정적인 유학 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학생 응웬티캄뚜씨는 “한국 대학 학위가 있는 베트남인에게 복수비자를 주면 유학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네티즌들도 환영 일색이다. 심지어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고맙다는 댓글도 달렸다.
한 네티즌은 "박항서님, 한국과 베트남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 사랑하고 친해지도록 가교가 돼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축구로 양국의 우의를 다지는 친애하는 한국 국민에게도 감사하다"고 썼다. 다른 네티즌은 "한국 친구들이 그렇게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친구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면서 "외교가 정말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다낭시 시장도 김도현 대사에게 문자를 보내 "김 대사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포괄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에게도 도움
이번 복수비자 도입은 한국에게도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우선 관광객 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베트남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하노이시나 호치민시 부유층들의 해외여행은 일상이 됐다. 복수비자 도입으로 한국을 찾는 여행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지난 10월까지 한국을 찾은 베트남 관광객수는 44만명에 달했다. 지난 해 전체 관광객수 38만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동안 한국과 베트남간 인적교류의 큰 걸림돌이었던 비자 문제가 해소되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치민시에서 물류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 김기식씨는 “업무차 베트남 직원들을 한국에 보내야 할 경우가 많았는데 비자 제도가 개선돼 회사 입장에서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