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제영화제 신인 감독상 수상한 짠탄후이

영화감독 짠탄후이(Trần Thanh Huy)가 제작한 영화 ‘롬’의 국내 시사회는 지난달 31일로 예정됐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고 말았다. 롬(Ròm)은 ‘빈약한, 앙상한’이라는 뜻인데, 이 영화는 호치민시 빈민가에서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기 위해 복권을 파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젊은 신인 감독인 짠탄후이가 제작한 이번 영화는 아시아 지역 유명 영화제인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신임 영화감독에게 수여하는 뉴커런츠(New Currents) 상을 받은 최초의 베트남 영화로 손꼽힌다.

한편 롬 제작사는 베트남 문화부의 상영 허가 없이 이 영화를 부산 국제영화제에 출품했다는 이유로 4천만VND 벌금을 내야하기도 했다.

베트남 뉴스는 짠탄후이 감독과 함께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영화 롬이 베트남 공식 상영 허가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상영 허가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행복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허가를 기다리는 기간 동안 영화 롬이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스스로 확신하고는 있었다.

초기 상영 허가 신청 당시 부산 국제영화제에 출품했던 원본을 베트남 문화부 시네마 국에 제출했었다. 국립 영화 위원회에서 권고사항을 내렸고 이를 반영해 영화를 수정하려고 애썼다.

최종적으로 수정본이 상영 허가를 받았는데, 충분히 베트남 관객들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내가 영화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하이라이트 장면들은 삭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립 영화 위원회에는 연륜 있는 예술가들도 포함돼있는데, 나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수많은 설명을 했다. 위원단 모두 영화 상영을 원했다고 생각한다.

Q. 영화의 문제점이 감독 본인의 잘못이었다고 생각하나?

물론 내 잘못을 인정한다. 국제 영화제 출품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었다. 부산 국제영화제에 영화를 제출했을 당시 초안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부산 국제 영화제 조직위원회에서 시상을 위해 총 7000여 건의 영화중에서 최종적으로 300건을 선정했는데 이 과정이 8개월 걸렸다.

당시 내가 초보 감독이었던 만큼 베트남에서 영화 롬이 상영되지 못할 거라고 짐작했다. 더군다나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영화다. 심지어 영화 투자자들도 이 영화로 인해 수익을 거둘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Q.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내 졸업 논문인 ‘16.30’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무언가 독특하고 특별한 걸 만들고 싶었다.

어느 날 호치민시 티응에 다리에서 운전을 하던 중 복권을 파는 어린 소년들을 보게 됐다. 나도 어린 시절 복권을 팔았었는데 그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는 유년 시절에 길거리 아이들과 어울리곤 했는데, 어떤 아이가 같이 복권을 팔자고 했었다. 이 아이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복권을 팔았지만 나는 그저 케이크를 사먹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었다.

당시 그 아이들의 목표와 내 목표는 완전히 달랐다. 이 기억으로 인해 길거리 아이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 세계를 다시 경험하기 까지 시간이 걸렸다. 막노동을 하는 이웃이 길거리 아이들과 나를 연결해줬다.

Q. 첫 영화를 제작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했나?

2016년 6월 영화 롬을 제작하기 전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전 세계를 다니며 수많은 워크샵, 영화계, 젊은 영화감독 프로그램 등에 참석했었다.

그만큼 제작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영화 롬이 제작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부산 국제영화제에 15건의 영화가 최종 경쟁했다. 이들은 수백 여건의 후보 중에서 선정된 영화들이었다.

영화 롬의 경우 제작에 2년, 편집에 3년이 소요됐다. 편집 이후 프랑스에서 음향 제작을 진행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했다.

영화 제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뿐 아니라 다른 베트남 영화감독들도 오랜 기간에 걸쳐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Q. 이번 영화를 제작할 때 왜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았나?

나는 영화 동료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열정을 바쳤다. 칸 영화제에서 돌아온 뒤 베트남 영화 배급소에서 나에게 2~3건의 프로젝트를 제안했었다.

하지만 이 제안들을 모두 거절했다. 나는 내 유년기와 당시 열정에 대한 영화를 제작하고 싶었다.

Q. 2013년 칸 단편영화코너에서 상영된 영화 16.30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칸 영화제에 대한 기억이 어땠나?

칸 영화제에 참석한 뒤 베트남으로 돌아왔을 때 망연자실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칸 영화제 이후 국내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을 많이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를 베트남 영화계의 신화처럼 여겼다. 하지만 이런 대중의 찬사는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당시 내가 제작한 영화 16.30 덕에 칸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 단편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수천만 건의 영화 후보 중 2000건이 넘는 영화가 최종 상영작으로 선정됐었다. 칸 영화제의 경우 관객들이 컴퓨터를 통해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수 있다.

당시 많은 신인 영화감독들이 자신의 영화 홍보지를 배포하는 걸 봤고 이 홍보지들을 가지고 베트남에 돌아왔다

칸 영화제에서 가장 큰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 초대를 받았을 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극장은 바다를 전망으로 한 5성급 호텔에 있었다.

당시 나는 극장까지 700미터를 걸어가서 줄을 섰다. 하지만 칸 영화제에서 두각을 드러낸 감독들은 고급스러운 차를 타고 극장에 와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레드 카펫을 밟았다.

사진사들이 5~7분가량 동안 이들의 모든 순간을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걸 봤다. 하지만 나 같은 신인 감독은 그곳에 포함될 수 없었다.

나는 칸 영화제 참석한 뒤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뜨게 됐다. 당시 나는 신인 감독 단편 영화 부문에서만 조금 알려졌을 뿐 인지도가 없었다. 그 계기로 나는 진심으로 인정받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 현재 수준에 이르게 됐다. 앞으로도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베트남뉴스 TTX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