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얼마전 인터넷을 통해 악어와 물새의 공생 관계를 ‘소름끼치는 계약’ 이라고 표현한 글을 읽었다. 자연계의 대표적인 공생 관계의  예로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들고 있지만, 이는 기원전 5세기에 살았던 역사가 헤로도토스에 의해 지어진 말일 뿐 실제로 증명된 바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악어와 물새의 끔찍한 동반 관계가 실존하고 있음을 소개하였다.

미국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드 습지에 사는 물새들은 악어 주변에 살면서 너구리나 쥐 같은 알 도둑들의 위협을 피한다. 그런데 이곳에 사는 악어가 다른 지역 악어보다 뚱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관찰 결과, 에버글레이드 습지의 물새들은 자신이 키울 수 있는 능력 이상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 중 일부를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악어 소굴에 떨어진 새끼는 곧바로 악어의 먹이가 된다. 물새들의 새끼가 떨어지는 둥지 밑에는 항상 악어가 득실거리기 때문에 물새의 천적들은 찾아볼 수 없다. 물새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악어에게 새끼를 제물로 바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저자는 ‘소름끼치는 계약’ 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인간을 표현하는 다양한 용어 중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라는 말이 있다. 더불어 사는 인간, 즉 공생인(共生人)이라는 의미이다. 인간은 다른 어떤 생물보다도 더 공생의 지혜를 잘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다. 공생의 지혜가 발휘되는 경우를 보면 삶이 순탄하고 좋은 상황에서 보다 척박하고 힘들 때 , 자연재해가 심할 때, 위기가 닥쳤을 때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베트남 북부지역의 사람들은 남부지역 사람들보다 협동심이 강하고 공생의 원칙을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북쪽은 남부 지역에 비해 태풍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심하고 항상 중국으로부터의 침략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존의 방식에는 두가지가 있다고 여겨진다. 하나는 경쟁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협력하여 공생하는 방식이다. 자연계도 마찬가지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빠르게 자라는 나무 중 하나는 아카시아 나무이다. 한국의 아카시아나무와는 다소 다르지만, 아카시아종에  속해 그냥 아카시아 나무라고 부른다. 이 나무를 넒은 공간에 드문 드문 심으면 옆으로 곁가지를 펼치며 나무 몸통을 부풀리며 다소 천천히 자라난다. 하지만, 빽빽한 밀도로 심게 되면 주변의 나무들과 햇빛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곁가지도 두지 않은 채 홀쭉한 몸으로 10미터 가량 하늘만 바라보고 자라난다.

우리 경제도 이같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한국 경제는  단 시간 내에 주변보다 더 빠른 성장을 이루고 경쟁우위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몸부림쳐 왔다. 경쟁덕분에 베트남 아카시아 나무가 곧장 하늘을 향해 웃자랄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경제도 성장 일변도로 달려올 수 있었다. 그렇치만 그 부작용이 느껴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최근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조선업 부분이다. 대한민국 조선업은 세계가 놀랄만큼 빠른 시간 내에 세계 최강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한국 대표주자인 조선 3사들 간에도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무한경쟁으로 몸집 부풀리기에 전념이 없었던 이 상황을 계속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조선업 경기가 하강국면에 빠지면서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된 것이다.

프랑스 계몽 철학자 장자크 루소(1712년 6월 28일 ~ 1778년 7월 2일)는 경쟁보다 협력이 훨씬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철학적으로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 철학적 가설을 1994년 노벨상 수상자이자 영화<뷰티플 마인드>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수학자 존 내시(John Nash)가  수학적으로 입증해 냈다.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파이의 크기가 커서 결국 개개인의 몫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협조적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경쟁적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나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거의 90펴센트에 달한다는 것이다.

더 힘들고 어려운 환경일 수 밖에 없는 해외 생활 터전을 협력과 공동체로 이끌어가야만 했던 유대인들과 중국 화교들의 지혜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호모 심비우스’ 라는 것을 잊지 말자.  치열한 경쟁으로 한 순간 앞서갈지 모르지만, 이러한 경쟁구조 속에서 오래가긴 힘들다. 협력과 상생의 모습을 더욱 가치있게 추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15만 한인들의 성공 지혜가 ‘호모 심비우스’ 에 있음을 잊지 말자

변호사 김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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