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걸림돌은 기술 아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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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나 보행자 돌출 행동 대처에 한계
전용차선 등 도로 인프라 재구축 주장도

11월8일은 미국 네바다주의 유명 관광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아주 뜻깊은 날이었다. 바로 이날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데뷔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나비야가 제작하고 키올리스(Keolis)가 운영하는 12인승 셔틀버스 아마는 그러나 운행을 시작한 지 불과 한 시간도 안돼 사고가 나고 말았다.

사고 책임이 자율주행 버스에 있는 건 아니었다. 트럭 운전자가 배송 물품을 실은 뒤 후진하던 중 뒤에서 오던 버스를 보지 못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위험 상황을 감지한 버스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사고를 피하려 멈춰서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다가오는 트럭을 피하지는 못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우두커지 사고 순간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버스 앞쪽 범퍼가 일부 파손되기는 했지만 경미한 사고라서 승객들이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제프 저시메이드(Jeff Zurschmeide)는 인터넷언론 <디지털트렌드> 웹사이트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뒤에는 20피트(6미터)의 빈 공간이 있었다. 인간 운전자라면 차를 후진시켰을 것이다. 그래서 그 빈 공간의 일부를 이용해 트럭을 피했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경적을 울려 셔틀버스의 존재를 놓치지 않도록 했을 것이다. 셔틀에는 그렇게 반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핸들이나 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이 버스는 비상시엔 승객들이 비상버튼을 눌러 차를 세울 수 있게 돼 있다. 운전자는 없지만 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요원이 함께 탑승한다. 차 안엔 안전벨트가 있는 8개의 좌석이 있으며, 운행 속도는 최대 시속 25마일(40km), 평균 시속 15마일(24킬로미터)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 후원 아래 12개월 프로젝트로 시작한 이 셔틀버스 프로그램은 라스베이거스 혁신지구 안 0.6마일(약 1㎞) 구간을 무료로 왕복운행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셔틀버스를 직접 타보면서 자율주행차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BS)는 사고 발생 직후 곧바로 이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테슬라 모델S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오토파일럿)로 주행하던 중 좌회전하는 트레일러와 충돌해 숨진 일이 있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흰색 트레일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 사고는 첫 자율주행차 사망 사고로 기록됐다. 올 3월에는 미국 애리조나 템피에서 우버 자율주행택시가 시범운행중 사고를 당했다. 옆차선을 달리던 자동차의 실수로 두 차량이 부딪치면서 우버의 볼보XC90이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자율주행 도로시험을 가장 먼저 시작한 구글에서도 지난해 3월과 9월 경미한 사고가 있었다. 3월엔 렉서스 SUV를 개조한 자율주행차가 갓길에 있던 모래 주머니를 피하려다 옆에서 달리던 버스와 부딪친 사고였다. 9월엔 밴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정지신호를 무시한 상대 운전자 과실이 사고 원인이었다. 자율주행차 개발 10년째를 맞은 구글이 지금까지 8년 동안 수행한 시험주행 거리는 무려 350만마일(563만㎞)에 이른다. 시뮬레이션 운행은 매일 1천만마일이나 된다. 구글은 최근 기자단을 상대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차 시승 행사를 갖고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직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가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일부에선 사람보다 사고율이 낮다면 도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랜드 코퍼레이션’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보면 통계적으로 사람보다 나은 주행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가능한 한 일찍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20년쯤에는 자율주행차의 성능이 인간 운전자보다 10% 더 나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때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면 2070년까지 50년 동안 110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이 연구소는 주장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사고 사례는 역설적으로 자율주행차 도입의 걸림돌이 기술보다 사람에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현재의 자율주행차 시스템은 운전자나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들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대처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도로에 자율주행차가 투입될 경우 오히려 교통사고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연착륙 방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도로 인프라의 재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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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3단계 도로인프라’ 방안

국토연구원 국토인프라연구본부는 연말에 내놓을 연구보고서 ‘자율주행시대에 대비한 첨단도로인프라 정책 방안’에서, 자율주행차의 도입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첨단 도로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성호 연구위원 등은 이 연구보고서에서 2020년대 초반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차 도입 시기를 도입기-활성화기-안정화기로 구분하고 이에 걸맞은 3단계 도로 인프라 구축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도입 초기 단계에선 차세대 지능형 교통시스템(C-ITS) 구축에 중점을 둬야 한다. 현재의 ITS 시스템이 실시간 교통정보를 알려주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이 시스템은 차량간, 차량과 도로 및 컨트롤 타워 3자간 쌍방향 실시간 정보 소통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오성호 연구위원은 “2012년부터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내년 중 제주 지역에 시범구축 사업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어 자율주행차량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면 도로효율 향상을 위해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버스 전용차로처럼 자율주행차만이 다니는 전용차로를 만들자는 얘기다. 국토연구원은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의 주행로를 분리할 경우, 수송능력이 2.5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자율주행차는 정속 군집주행이 가능해 도로이용 효율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교통정체를 완화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국토연구원은 이 단계로의 진입 기준을 자율주행차가 전체 통행량의 25~30%에 이르는 때로 본다. 오성호 연구위원은 “2030년 안팎이면 이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이 때는 자율주행차량들만이 인식할 수 있는 특별한 유도표식 등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주행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마지막 3단계에선 자율주행차 전용 도로 구축이 현안으로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 기술이 안정화한 만큼 제한속도를 크게 높인 초고속도로를 통해 통행시간을 대폭 단축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비등해진다는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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