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 특집]

“베트남댁 멸시가 베트남전 참전보다 더 나쁘다”

한국일보ㆍ코리아타임스, 베트남서 설문조사

한국 부정적 이미지 주는 요소 1, 2위
결혼이주여성ㆍ노동자에 부적절한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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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결혼 이주여성들이 인권위앞에서 한국에 시집온지 일주일만에 정신질환을 앓던 남편에게 살해된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씨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동안 한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이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은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 사실보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근로자에 대한 한국인의 부적절하고 열악한 대우에서 더 크게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1992년) 이전보다 수교 후 25년 동안 교류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쌓였다는 것으로, 이 문제에 한국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과 베트남 관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12월 22일)을 맞아 베트남 국민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베트남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 문제와 관련 10명 중 3명(30.0%)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베트남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대로 그 문제에 신경을 쓰는 베트남인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은 셈이다.

설문조사 자문을 맡은 응우옌 티 탄 후엔(44) 하노이 베트남국립대 저널리즘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50대 이상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베트남전 참전 한국군에 관용을 표시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후엔 교수의 자문으로, 지난 7~16일 20세 이상 베트남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면대면과 이메일(5대5) 설문에 의해 이뤄졌다. 베트남 국민을 대상으로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전반에 대해 대규모로 진행된 국내 언론의 설문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 경험에 의해 전해지던 한국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호감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베트남 국민은 ‘한국’하면 TV드라마(영화 포함)와 K-POP(케이팝), 김치를 가장 먼저 떠올렸고, ‘한국인’에 대해서는 근면하고, 책임감 있으며,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명 중 1명(27.7%)은 호찌민시-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같은 한국 문화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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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에 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적절한 대우가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10명 중 6명(61.0%ㆍ중복선택)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요인으로 이를 꼽았고, 4명(40.4%)은 베트남 근로자들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열악한 처우를 선택했다. 이주여성 박대 문제의 경우 모든 지역과 성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이혁 주베트남 대사는 “베트남에서 15만여 교민, 5,500여개의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고, 베트남이 정부 차원에서 우수한 투자 환경과 노동력을 제공해서 우리가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베트남에 더욱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며 “돕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간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양수 부산 외국어대 베트남어과 교수는 “교류확대도 중요하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유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한국인들도 현지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베트남인 한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베트남 전체의 이미지로 일반화하고 집단화해 베트남 자체를 나쁘게 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한국 이미지 무엇이 깎아 내리나

“외모 집착 한국인 이미지 불편
화 잘 내고, K팝 팬들도 극성“
큰소리 대화ㆍ성형수술도 꼽아
“참전이 부정적 인식에 영향”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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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들은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인들로부터 당하는 부적절한 대우와 자국민 근로자들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받는 열악한 처우에 가장 불만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다른 아시아 국민들에 비해 겉모습에 집중하는 한국인 이미지에도 불편함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을 배려하지 않는 한국인의 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직장, 관광지에서 목격되는 일부 한국인들의 부적절한 행동들이 베트남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설문조사에서 ‘화를 잘 내는 한국인의 모습’이 한국의 이미지를 나쁘게 한다고 답한 비율은 34.8%(복수응답)로,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부당한 처우(61.0%)와 베트남 근로자를 향한 한국 기업의 열악한 대우(40.4%)에 이어 가장 많이 지적됐다. TV드라마 등의 한류가 한국에 대한 호감의 바탕이 되고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한국인들로부터는 괴리를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극성스런 팬클럽 문화는 이미지를 깎아먹는 요소이기도 했다. 응답자 32.3%가 한국 케이팝 팬클럽의 모습이 한국의 인상을 끌어내린다고 답했다. 특히 이런 답변은 20대(34.9%)와 남성(36.9%) 응답자로부터 높게 나왔다. 레 휘 콰 가나다어학당 원장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국의 팬클럽 문화도 따르고 있다”며 “베트남 고유의 문화를 해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큰소리로 대화하는 한국인(30.6%)들의 태도도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요소로 꼽혔다.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28.8%)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도 많았다. 한국인들이 성형수술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점에 대해 불편한 감정(28.5%)을 느끼는 베트남인도 많았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부모들이 졸업선물로 ‘성형수술 상품권’을 준다는 이야기가 SNS에 돌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지나친 외모 집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오히려 여성(34.6%)이 남성(23.4%)보다 높았다.

한편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사실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서는 응답자 30.0%만 동의를 표시했다. 특히 전쟁세대인 50대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21.9%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 사회 전반의 주요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40대에서 33.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노이 베트남국립대 응우옌 티 탄 후엔 교수는 “50대에서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그룹에 포함시킨다”며 “10명 중 8명이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 문제를 마음에 두고 있지 않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베트남 사람들이 자신의 속 마음을 잘 내비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현지 분위기도 있다.

박노완 호찌민총영사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지만, 대세는 아니라는 게 확인됐다”며 “수교 후 사회, 문화, 경제 교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제때 잡으면 지금과 같은 관계가 지속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한국인 우월감 탓 최고의 이웃 홀대”

[유태현 전 주베트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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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베트남 달랏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유태현 전 베트남 대사.

유태현(74) 전 주베트남 대사는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아직도 베트남의 실체를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골프장에서 멀리서 봐도 걸음걸이가 좀 어색하다, 특이하다 싶은 사람들은 십중팔구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한국이 베트남보다 낫다고 할만한 것들을 특별히 찾아보기 어렵다”며 “하지만 이 사실을 제대로 모르는 많은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우월감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유 전 대사는 지난 2004년 7월 베트남 정부를 상대로 외교전을 펼쳐 탈북인 468명을 전세기 2대를 동원, 한국으로 입국시킨 주역이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 영향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외무고시 7회로 입부,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등을 역임한 뒤 주베트남 대사를 마지막으로 2005년 공직에서 물러났다. 2009년부터 베트남 달랏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또 럼동성 명예 자문위원으로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뛰고 있는 그를 11일 만났다.

– 수교 후 25년이 흘렀다. 감회는.

“복잡하다. 그 중 아쉬움이 가장 크다. 경제교류 수치를 보나 고위인사들의 교류를 보나 25년 동안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관계를 구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가장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는 나라다. 유교와 한자 문화권이라는 공통요소는 동질성을 느끼게 한다. 국민성, 사고방식이 비슷하다. 지정학적으로 독도문제나 동북공정 같은 분쟁요소가 없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는 상대다. 특히, 껄끄러운 과거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절대적인 우호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20㎡(약 6평) 남짓한 달랏대 관사에서 지내고 있는 유 전 대사는 학교에서 예의 바른 학생들과 어울리거나,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나가 시장에서 만난 아주머니들과 흥정하다 보면 자신이 한국에 있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라고도 했다.

-왜 더 가까워지지 못했다고 보나.

“부끄러운 과거에 솔직하지 못한 것과 함께 한국인들의 우월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한국이 소득 수준이 더 높다는 것 외에 베트남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안 보인다.”

-베트남인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1,000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고도 독립을 쟁취했다. 프랑스 식민 지배를 무력으로 종식시킨 나라다. 미국이 2,400억달러의 전비를 쓰고 2차 대전 총화력의 4배에 달하는 800만톤의 포탄을 투하하고도 굴복시키지 못한 나라가 베트남이다. 1973년 미군 철수를 결정한 파리협정 공로로 미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와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됐지만 전 정치국원 겸 전 중앙당조직위원회 위원장인 레득토 외교관은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다’며 아시아인 최초의 평화상 수상 명예를 거부했다. 베트남을 품위 있는 나라로 보는 이유이다.”

-과거는 과거라고 이야기한다.

“전쟁 당시 약간의 원조를 제공한 북한에 대한 고마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베트남이다.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힌 한국의 참전을 잊을 리가 없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대사 재임 때 중부 지역 출장을 가면 공안(경찰)이 숙소 주변에 깔렸다. 한국인에 원한을 품은 해당 지역 피해자 가족들의 복수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양국의 관계 증진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제대로 된 베트남에 대한 인식이다. 전쟁과 관련해 사과나 보상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해서 묵은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우리도 성숙해지고 양국 관계도 긴밀해지는 길이다.”

달랏(베트남)=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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