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가상통화’

가상통화 부작용 막아라”…합법·불법 갈림길에서 각국 규제강화 움직임
中 이어 동남아서도 규제 강화 조짐…美·日 등은 제도권에서 규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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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가상통화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곳곳에서 가상통화 거래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상통화가 자금 세탁에 이용될 수 있고 과도한 거품이 꺼질 경우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이날 낸 성명에서 가상통화의 위험성을 재차 경고했다. BI는 성명에서 “가상통화를 소유하는 건 매우 위험하고 본질적으로 투기적”이라며 “가상통화는 자산 거품을 만들고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조달에 사용될 수 있어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고 대중에 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는 이번에 가상통화 거래를 전면 금지하진 않았지만 곧 규제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BI는 이달부터 금융과 IT(정보기술)를 아우르는 핀테크 기업들이 가상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쓰지 못하게 막았다.

동남아지역에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다른 나라들도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 고삐를 죌 태세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가상통화 거래소의 은행 계좌를 동결했고 베트남은 지난해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발행하거나 공급하고 사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베트남 정부는 가상통화 거래 자체는 막지 않은 채 부작용을 막으면서 세금을 물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가상통화를 경계하는 게 1990년대 말에 겪은 외환위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상통화 거래는 블록체인을 통한 직거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중앙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자금세탁, 투기 등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근 가장 강력한 가상통화 규제에 나선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해 9월 가상통화공개(ICO)와 거래소 영업을 중단시킨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각 지방정부에 가상통화 채굴 금지 지침을 내렸다. 중국에서 개인은 가상통화를 보유하거나 거래할 수 있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가상통화 관련 거래는 전면 금지돼 있다.

다른 세계 주요국들은 오히려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유도해 과세를 통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가상통화에 가장 호의적인 나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같은 해 7월에는 가상통화에 대한 소비세(부가가치세)를 폐지해 이중과세 가능성을 차단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상통화 사용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비트코인 ATM(자동입출금기) 수는 물론 비트코인 거래량도 가장 많다. 다만 관련 규제는 당국 및 주정부마다 다르다. 한 예로 미국 재무부는 2013년 비트코인을 ‘태환할 수 있는 분권화한 가상통화’라고 정의했다. 달러 등과 바꿀 수 있는 화폐로서의 기능을 인정한 셈이다. 이와 달리 상품선물위원회(CFTC)는 2015년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규정했고 국세청은 이를 과세 대상으로 본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가상통화는 일본에서처럼 ‘자산’으로서 소득이 발생하면 소득세나 법인세,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지만 기존 화폐와 같은 거래의 매개체로서 부가가치세는 물지 않는다. 주별로는 텍사스 캔자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몬태나 등이 가상통화에 가장 호의적이고 뉴욕 뉴햄프셔 코네티컷 하와이 조지아 등이 가장 비호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애리조나주 상원에서는 최근 가상통화를 납세에 이용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가상통화를 결제할 때 세법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고, 정부에 납부할 세금과 이자, 벌금 등을 가상통화로 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2016년 뉴햄프셔주도 비슷한 법안을 제출한 적이 있으나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의회에서 부결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2년 가상통화를 ‘규제를 받지 않는 디지털화폐의 일종으로 개발자들이 발행하고 통제하며 특정 가상 커뮤니티 일원들이 사용하고 인정한다’고 정의했다. 제한된 사람들이 참여한 그룹에서만 결제수단으로 인정받는다는 얘기다. 화폐적 성격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에 따라 독일 등 EU 주요국에서는 가상통화에 소득·법인세, 양도소득세는 물론 부가가치세도 부과된다.

2016년 11월 세무당국을 통해 비트코인이 불법이 아니라고 선언한 러시아는 가상통화 거래소 허가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14일 비트코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모이세예프 러시아 재무부 차관은 정부 당국이 인정한 합법적인 공식 거래소에서 가상통화 거래를 승인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가상통화를 철저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암호 화폐 거래는 입법 관리감독이 필요하고, 투자자들은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며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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