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그늘,‘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중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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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치민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의 한국과일 코너

베트남 교민 A씨는 호치민 시내의 한 생활용품점에 들렀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간판은 물론 대부분의 제품이 한글명이어서 의심없이 한국 잡화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글로 쓰여진 제품 설명서를 읽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문법은 커녕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외계어로 가득했다. 그제서야 B씨는 이 제품들이 한국산을 흉내낸 조악한 중국산 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베트남 내에서 저가 외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팔리는 경우가 빈번해 지고 있다. 한국제품 품질이 뛰어나다는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제품이 한국 브랜드 가면을 쓰고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전역에서 팔리고 있다.

중국이 만든 한국의 무궁생활?

‘짝퉁’ 한국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생활용품점 무무소(MUMUSO)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무무소는 ‘무궁생활’이라는 뜻을 알 수 없는 한글 브랜드로 전세계에 300개가 넘는 매장을 열었다. 오픈 행사 때 한복을 입은 직원들을 앞세워 홍보에 나서고, 모든 제품군에 한국어 설명서까지 붙여놓아 영락없는 한국 생활용품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무소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기업이 만든 브랜드다. 대표는 시아 춘래이라는 중국인이며 이곳에서 파는 대다수 제품 또한 중국산이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에서 중국제품의 저품질 이미지가 고착화되면서 자체 브랜드를 포기하고 ‘한류’에 편승해 한국제품 모방에 나선 것이다. 특히 반중(反中) 감정이 적지않은 베트남에서 한국 이미지 차용은 그들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지 모른다.

한국산 과일과 한국과일의 차이

공산품 뿐 아니라‘짝퉁’한국산 식품도 베트남에 횡횡하고 있다. 중국산 초코파이와 신라면은 이미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심지어 과일 등 신선제품까지 한국산으로 둔갑한다. 과일의 경우 겉모습만으로 원산지 구별이 힘들다는 점을 노린다. 업자들은 중국 과일을 수입한 뒤 치밀하게 박스는 물론, 과일에 둘러질 띠지까지 한국산인것처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과일 유통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식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과일은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등에서 한국산으로 파는 과일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싼 가격에 팔린다. 이런 저렴한 과일은 중국산일 확률이 매우 높다. 결국에는 시장가격이 무너지고 수출하는 사람들이나 수입하는 사람들이 모두 피해를 보는 구조 “라고 설명했다.

한국 종자를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직접 재배해 ‘한국과일’이라며 판매하는 업자들은 그나마 양심적이다. 그러나 같은 종자라도 한국과 다른 기후, 토양에서 자란 과일 맛이 한국산과 같을 수 없다.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베트남의 일반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자칫 뛰어난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과일에 대한 이미지가 한 순간에 실추될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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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치민에 위치한 한 MUMUSO 매장의 전경

소비자의 철저한 원산지 확인이 필수

문제는 베트남 내에 이런 짝퉁 한국산 제품이 퍼지고 있음에도 뚜렷한 해결책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베트남 역시 기본적인 지적소유권에 대한 법령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명백한 상품권 및 특허권 침해가 아니라면 법적인 제재도 어렵다. 이필우 법무법인 콤파스 변호사는 “기존 한국제품을 카피하는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적용해 볼 수 있지만 단순히 한국이미지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정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하노이지사장 역시 “한국정부 차원에서 베트남 내에 일어나는 한국이미지 무단사용에 대한 단속 권한이 없다. 베트남 정부가 원산지 관리에 신경 써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소비자들이 제품구입 단계에서 원산지 확인을 철저히 하는 것만이 저가 중국산 제품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베한타임즈=정진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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