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시작되었다. 이제 연말을 준비하며 다양한 송년행사들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베트남에서의 시간은 더욱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새해가 시작되었는가 싶더니 금새 연말 준비다. 연말이 되면 무엇보다 시간을 보내 온 뒤를 돌아보고 주변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탓에 연말에는 여러 자선행사들이 열린다.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나타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는 마음을 녹이는 따스함으로 추억된다. 종소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돌아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본지도 창간일을 즈음하여 매년 자선골프대회를 열고 있다. 올 해로 8회째를 맞는다. 신문을 모르는 필자가 신문을 운영하기 시작하며, 뭔가 의미있는 연말 행사를 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이제 고인이 되셨지만 왁스진비나 유태형 회장님을 잊을 수가 없다. 골프대회를 단순한 운동경기가 아닌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사랑이 확산되도록 하는데 큰 기초를 놓아 주셨기 때문이다.
원래, 불우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마련 골프대회는 유 회장님을 비롯하여 몇몇 뜻 있는 분들이 만들었던 행사였다. 신문사에서 창간을 기념하여 연말 행사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기꺼이 이 행사를 신문사 행사로 진행하라고 추천해 주셨다. 그리고 첫 해 전체 행사를 진행하는 중심 역활을 해 주셨다. 몇 해를 거듭하며 필자도 행사의 의미를 더욱 마음으로 공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동스러운 것은 참여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사랑으로 확산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이다. 작은 불씨가 큰 불길을 만든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처음 몇 해는 행사 준비가 참으로 힘들었다. 140명 되는 참가자들 초청에서부터 협찬품 찬조를 받는 일, 그리고 자선기금 후원을 이끌어 내는 일 등……… 가을이 다가올 즈음 이 행사로 부담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참가하는 분들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감동을 보는 것이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올 해도 행사를 준비하면서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말을 마음 속 깊이 느끼고 있다. 생각지도 않았던 분들의 참여와 후원을 보며 모든이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나온다. 필자는 크리스챤으로 오랫 동안 머리속으로 성경에 나오는 “범사에 감사하라,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라는 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진정한 감사를 느끼고 감동하기 보다는 언제나 감사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말이다. 골프대회를 치루면서 이제 마음으로 느끼는 감사가 무엇인지 배워가고 있다. 머리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감사를 말이다.
유태형 회장님은 몇년 전 고인이 되셨다. 이른 나이에 암으로 사망하셨다. 그리고 떠나가는 것을 지인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지 조용히 서울에 가셔서 한 달 정도 입원하셨다 숨을 거두셨다. 그 해는 도저히 골프대회를 치룰 수 없었다. 너무나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 다음 해에 다시 행사를 하며 더욱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신문 운영을 시작할 즈음 필자를 염려해 주었던 몇몇 지인들 중에는 연말 행사로 신문사 발전기금을 모으는 행사를 해 보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왠지 마음이 내키질 않았다. 신문사 재정 문제는 운영자가 책임져야지 남에게 손벌리는 것 같아서였다. 대신 유태형 회장님이 추천해 준 불우심장병어린이 돕기 자선골프대회를 택했다. 뒤돌아보니 베한타임즈가 나름 정체성을 갖고 지금의 모습을 갖을 수 있었던 것도 유 회장님의 정신 덕분 아니었다 생각해 본다.
오늘은 제8회 베한타임즈배 자선골프대회 일이다. 유 회장님의 명복을 빌며, 아름다운 씨를 뿌려주시고 가신 정신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