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베트남 여성과 혼인신고를 한 한국 남성들의 청원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대다수의 내용은, 베트남 신부가 결혼비자(F-6)를 받지 못해 한국 입국이 불허됐다는 것이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주하노이한국대사관에서 결혼비자 발급율이 10%미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대사관에서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방문횟수가 너무 적다라는 이유로 비자를 보류 또는 불허판정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내 급여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신부의 결혼비자가 보류됐다”며 “급여가 낮다고 하는 것은 누구의 기준인지 모르겠다. 비자 받는 분들은 대체 어떤 조건이라서 받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랑 이름도 모르는 신부?
결혼비자가 거부되거나 보류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앞서 청원인들의 언급대로, 신랑의 베트남 방문 횟수가 적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밖에도 신부가 신랑의 인적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거나, 신랑의 수입이 일정치 않고, 한국 내 주거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도 비자가 불허되곤 한다. 얼마 전 결혼비자 취득에 실패한 한 베트남 여성은 신랑의 이름과 나이조차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 케이스도 있었다.
주목할 점은 실제로 최근 몇 개월 사이, 하노이시에서 결혼비자 발급율이 눈에 띌 정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 유독 비자 불허 요건을 가진 한-베 커플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한 두 번 만난 뒤 혼인신고를 하고, 신랑과 신부의 나이차가 큰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주베트남하노이한국대사관의 결혼비자 심사가 대폭 강화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대사관 관계자는 “김도현 대사님 부임 후 결혼비자 심사를 좀 더 세심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행업체를 통해 속성으로 이루어지는 혼인의 경우에는 비자 발급이 불허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행업체 통한 결혼, 비자 심사 강화
실제로 국제결혼 대행업체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행업체들의 혼인 알선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베트남 국제결혼을 원하는 한국 남성은 업체에 계약금을 지불하고 사진 리스트를 통해 여성을 고른다. 베트남에 방문해 해당 여성과 만난 뒤 마음에 들면 곧바로 혼인신고를 한 뒤, 수일 내에 여성의 고향을 방문해 결혼식까지 치르는 식이다. 이후 신랑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신부는 베트남에 남아 결혼비자 수속에 들어간다. 만남부터 결혼까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진다. 신부를 마치 물건 고르듯 구입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결혼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어렵게 결혼비자를 받아 신부가 한국에 가더라도,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지속하지 못한다. 특히 처가에 일정한 대가를 주는 조건으로 혼인신고를 한 뒤, 훗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파국에 이르는 경우도 흔하다.
주하노이한국대사관 측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한-베 국제결혼을 지양하기 위해 결혼비자 심사를 강화키로 결정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비자 심사는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하고 있다. 무조건 나이 차이가 많다거나, 만남 횟수가 적다고 불허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결혼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관에 따르면 일반적인 결혼처럼 지속적인 만남으로 사랑을 쌓고 서로 간 충분한 이해를 통해 결혼을 결심하는 한-베 커플이라면 비자 발급 거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편 주하노이한국대사관 결혼비자 취득이 어려워지면서 주호치민영사관으로 우회해 비자를 신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주호치민영사관측은 현재까지 결혼비자 심사와 관련해 특별히 변동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