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가라’는 靑보좌관 발언, 교민 반응
‘아세안 가라’는 靑보좌관 발언, 교민 반응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9.02.06 0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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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국가로 가세요”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지난 달 28일 한 간담회에서 한 말이 한국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김 전 보좌관은 대한상의 주관으로 정부의 2019년도 신남방국가 경제정책과 주요 방향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간담회에서 “한국의 50~60대도 할 일 없다고 산이나 가고 SNS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젊은층에게도 “아세안 국가에 가면 한국학생들을 붙들고 어떻게든 한글을 배워보려 난리”라며 “한국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아세안국가에 가면 ‘해피조선’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보좌관의 발언이 알려진 후 중장년은 물론, 젊은층까지 비난을 쏟아냈다. 김 전 보좌관이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던 만큼, 아세안 국가 진출을 권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특정 세대를 거론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실업 대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대들의 고민을 이해하지 않고, 구체성 없이 ‘아세안으로 가라’는 발언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마치 박근혜 정부 시절 논란이 된 ‘중동에 가라’에 버금가는 실언이었다.

 

결국 김 전 보좌관은 하루 만에 사과하고 사표를 냈다. 청와대도 뜸 들이지 않고 이를 즉각 수리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다. 실제로 그동안 중국에 편중됐던 무역이 다변화됐고,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국가로 진출해 일정부분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김현철 전 보좌관 발언의 맥락도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현지 실정 전혀 모르는 소리’

 

그럼에도 현지 베트남 교민들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김 전 보좌관이 아세안 진출을 너무나 간단하게 생각하는 듯한 인식을 보여서다.

 

베트남 교민 조윤식(가명)씨는 “50~60대가 대충 준비해서 아세안 국가에 오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청와대에서 일했던 분이 그 정도 인식이라면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전 보좌관이 베트남에서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박항서 감독의 예를 든 것에 대해서도 교민 조씨는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협회가 고용을 보장해서 이곳에 왔다. 사업차 베트남에 온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의 발언도 현지 사정을 너무 모른다는 반응 일색이다. 김현철 전 보좌관은 간담회에서 “한국은 자영업자가 힘들다고 하는데 한국식당들은 아세안에 왜 안나가느냐”며 “한국에서 경쟁하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면 소비시장이 연 15% 성장하므로 가능성이 크다”고 발언했다.

 

베트남에서 요식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은 이 말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호치민시 푸미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영진(가명)씨는 “호치민시만해도 하루가멀다하고 한국식당들이 들어오고 있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 경쟁은 한국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프렌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또 다른 교민 강모씨는 “3달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한인 식당이 허다하다”며 “말도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식당을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 중반에 호치민시에 와서 4년째 일하고 있는 정모씨는 “베트남인들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고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해외에서 생활하려면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간과하고 말하신 것 같다”며 “아세안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지만 그만큼의 돈을 지불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만으로 경제생활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교민사회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추진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무분별한 아세안 진출을 조장하는 것은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 땅을 치고 통곡하며 베트남을 떠난 한인들을 숱하게 봐온 교민들의 의견을 한국정부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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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이 2019-02-11 01:24:42
너부터 가세요~ 아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