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은행의 베트남 시장 진출이 점점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한국계 은행들의 해외점포 당기순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은행들이 베트남 진출을 타진 중이지만 정작 높은 문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은행은 기업은행이다. 지난 2005년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고, 3년 후 지점으로 전환인가를 받았던 기업은행은 2017년 7월 베트남중앙은행(SBV)에 법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베트남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한창인 지금으로서는 기업은행의 법인설립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언제 이런 분위기가 해소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호치민시와 하노이시에 지점을 두고 있는 기업은행은 지점을 늘릴 때마다 중앙은행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 만약 법인인가를 받게 되면 매년 5개의 지점을 늘릴 수 있어 영업망 확장에 크게 유리하다. 현재 베트남에서 법인인가를 받은 한국계은행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둘 뿐이다.
지난 달 베트남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응웬쑤언푹 총리와 회담에서 "한국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베트남 중소기업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이라며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계 은행들의 베트남 노크는 베트남 금융시장의 엄청난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베트남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자대출시장(consumer lending market)은 2016년 50.2%, 2017년 65%으로 계속 성장 중이며, 은행계좌 보유 비율도 30%에 불과해 소비자 금융시장 성장의 여지가 매우 크다. 실제 한국계은행이 2018년 베트남에서 거둬들은 당기순이익은 1억3200만달러로 전년(6100만달러)보다 무려 116%나 늘었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의 무분별한 진출에 베트남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해 8월 , 베트남 브엉딘후에(Vuong Dinh Hue) 부총리는 베트남 금융 시스템 강화 및 기존 베트남 금융기관들의 내실을 다지고 국내 금융시스템 강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외국인투자자에게 신규 금융 라이선스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은행의 법인인가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다.
인수, 합병으로 눈 돌리는 은행들
이러한 베트남 정부의 정책으로 외국 투자자들은 베트남 금융 부문 합병 및 인수 거래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바젤2 규정에 따라 기존 베트남은행들도 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는 만큼, 해외 투자가 절실하다. 실제로 일부 베트남은행들은 30%가 상한선인 외국인 자본 비율을 더 높여줄 것을 중앙은행에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한국 금융기관들의 M&A 시도는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17년 신한은행은 ANZ베트남은행 리테일 부문을 인수했고, 같은 계열의 신한카드도 얼마 전 베트남 푸르덴셜파이낸스 인수했다.
최근 하노이에 지점을 낸 NH농협은행은 베트남 아그리은행(Agribank) 지분 인수 및 투자자로 나서 이목을 모았다. 아그리은행은 가장 많은 2230개의 지점을 거느린 베트남 농업부문 최대 은행으로 지난해 7조6000억VND원의 이익을 시현한바 있다. 2013년부터 다방면으로 제휴를 진행해 왔던 두 은행은 올초 경영진 면담에서 지분참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도 베트남 빅3 은행 중 하나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15% 가량을 인수하기로 하고 정부 승인까지 받았다. 다만 BIDV의 대주주인 중앙은행의 반대로 지분 인수가 지연되고 있는 중이다.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인 한화투자증권도 베트남 HFT 증권의 지분 25%를 사들이기도 했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