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4월 현재, 유럽을 거쳐 미국까지 건너가 세계 경제를 마비시켰다. 2008년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도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기겠지만 세계 각국의 강력한 방역 조치와 언젠가는 생산 될 치료제 및 백신으로 코로나19는 반드시 종식될 것이다.
문제는 현 세대가 겪은 유례없는 국제적 재난이 끝난 후, 우리의 생활상이 큰 변화를 맞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팬데믹을 통해 기존의 산업이 붕괴되고,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가 주류로 떠오르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베한타임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상해보는 기획 기사를 2회에 걸쳐 싣는다. 이를 통해 우리의 대처 방안을 짚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1. The winner takes it all !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를 통해 산업 재편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마디로 소수의 강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승자 독식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경기 불황 시대에는 살아남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솎아내는 자본주의 정리 매커니즘이 작동해 왔다. 일반적으로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는 기업들의 숫자는 살아남은 기업에 비해 훨씬 많았다.
각국 정부의 영업 제한과 여행 금지 조치로 대다수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중 타격의 정도를 최소화하고 살아남는 기업과 그렇지 못하고 주저앉는 기업들이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8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팬데믹 이후 회복 탄력성을 분석해 봤다. 신용보험 비용, 영업마진, 현금 완충, 레버리지 등 4가지 요소를 종합해 점수를 부여했다. 결과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와 대형 제약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100개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48개 기업이 IT 관련 회사였다. 마이크로소프트(10위), 애플(13위), 페이스북(14위) 등은 현금 완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수요도 꾸준한 편이었다. 상위 기업군 중 또 다른 한 축인 제약회사들의 경우, 넉넉한 현금 보유와 특정 약품에 대한 수요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교통, 소매, 레크레이션 관련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히 업종에 따라 승자와 패자를 구분짓기 어렵다. 비슷한 업종 내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울고 웃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실례로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지만 유럽의 에어버스는 320억 달러 규모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복 탄력성에서 우위를 점한 에어버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큰 시장점유율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단순히 불황 이후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많은 국가들이 엄청난 액수의 구제금융 기금을 마련하고 있어 위기의 기업들에게 부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이후의 미래 소비와 투자에 대해 정부가 현금 유동성을 제공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시장의 최종구매자 역할을 자처해 선결제 및 선구매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실업률 증가▷소비시장 위축▷장기 불황이라는 악순환을 막으려는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적자생존 법칙을 바꿀 가능성도 존재한다.
2. 퇴보하는 세계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의 입국 제한 현상은 최근까지 이어져온 세계화 추세를 완전히 되돌리고 있다. 그동안 세계화를 통해 기업들은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었고, 시장의 파이를 크게 키워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원장은 기획, 조립, 마케팅, 자재 등을 각 국가별로 분업화 해왔던 글로벌 벨류체인도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각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기업 3M의 중국 공장에서 제조한 마스크를 타국에 수출하려 하자 이를 제한한바 있다. 앞으로는 각국이 위기 상황에 꼭 필요한 의료 장비 제조 시설을 자국에 두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두던 경향도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생산공장) 혹은 무인화 공장으로 대체될 수 있다.
세계화 움직임이 둔화되면서 그 반대로 국가 공동체 내부의 유대는 강화될 것이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이룩된 ‘평화로운 세계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자칫 편협한 국수주의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최근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 코로나19의 발원지 중국에 대한 거부감으로 동양인 대상 혐오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