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학교가 들어선 후 푸미흥은 오랫동안 호치민시의 한인타운 역할을 해왔다. 호치민시에 처음 자리잡으려는 한인들은 고민없이 푸미흥을 택했고, 한인 인구 증가에 따라 한인상권도 탄탄하게 자리잡아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후 푸미흥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임대료에 매출까지 감소하자 문을 닫고 철수하는 가게가 속출했다. 상권이 예전같지 않자 푸미흥에 투자하기로 했던 한인들도 발을 빼는 사례도 잇따랐다. 호치민시 교민 이영종(35)씨는 “푸미흥에서 많은 한인 가게가 밀집해 있던 스카이가든 인근은 사람도 줄고 여기저기 문 닫은 가게가 많아 약간 슬럼화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푸미흥과는 다른 분위기의 2군
그러나 호치민시에는 푸미흥과 다소 다른 분위기를 보이는 동네가 있다. 바로 2군 지역이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달 21일 밤, 바와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 2군 타오디엔의 쑤언투이 거리에는 한국, 일본인을 포함해 수많은 외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무색케하는 광경이었다.
호치민시의 전통적인 부촌인 타오디엔을 비롯해 안푸, 빈안 등으로 이루어진 2군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한인들이 다수 모여살고 있는 곳이다. 7군 푸미흥 못지 않게 많은 국제학교들이 소재해 있고 중심지인 1군 지역과 인접해 있어 주재원들을 비롯한 많은 한인들에게 적절한 주거지역으로 꼽힌다. 7군 푸미흥처럼 한인 상권이 집중돼 있지는 않지만 곳곳에 한인 가게들이 포진해 이제는 ‘푸미흥에 있으면, 2군에도 있다’고 할 정도가 됐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인 상권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푸미흥과 달리 2군 지역은 오히려 꾸준히 늘어나 대조를 이룬다. 코로나19 1차 유행이 지난 후 유명 프렌차이즈들을 비롯해 한인 가게들이 앞다퉈 2군에 매장을 내고 있다. 푸미흥에서 하던 식당을 접고 2군에 새롭게 식당을 준비하고 있는 장석환씨는 “2군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최근들어 푸미흥에서 2군으로 옮기는 한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전체적인 소비층도 더 넓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2군이 푸미흥에 비해 소비층이 넓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푸미흥이 한인 위주 상권인데 반해, 2군은 한인을 비롯해 기타 다른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푸미흥에서 유명 치킨프렌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이명해씨는 최근 타오디엔에 2호점을 냈다. 그는 “2군 매장은 한국인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 베트남 사람들은 물론, 다른 외국인들을 상대로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라며 “아직 푸미흥과 2군 매장의 매출을 비교하긴 이르지만 오픈 초기 분위기만 보면 2군쪽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한인마트 체인, 스카이마트는 그동안 7군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점포를 늘려왔다. 그러던 스카이마트는 지난 해 빈탄군 빈홈즈 센트럴파크에 이어 오는 9월 중순에는 처음으로 2군 타오디엔에 매장을 연다. 스카이마트 이용한 대표는 “그동안 2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지만 최근들어 2군의 한인상권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도 많이 살지만 2군쪽에 베트남 부유층도 많다. 이들을 상대로 한국산 고급 육류와 신선, 오가닉 식품을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2군의 높은 임대료는 단점
물론 2군이라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2군 지역 점포들의 높은 임대료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푸미흥 지역 임대료도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타오디엔 핵심상권의 임대료는 호치민시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업주 입장에서 임대료 부담은 훨씬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신도시인 푸미흥과 달리, 좁고 낙후된 도로로 인한 교통불편과 잦은 침수 문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푸미흥소상공인지회 이재근 지회장은 “지금 상황에서 푸미흥이든, 2군이든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치밀한 전략도 없이 무조건 2군으로 옮긴다고 해서 대박이 날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