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리 휴버트(Henri Hubert)는 의상분야에서 37년 이상 종사했으며 그 중 15년은 베트남 업계에서 일한 패션 전문가다. 그는 현재 시각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레놈그룹(Le Nom Group)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핸리 휴버트는 “지속가능성은 패션 산업의 최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뉴스는 핸리 휴버트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핸리 휴버트와의 일문일답.

Q. 코로나19 팬데믹이 패션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지? 특히, 디자인과 생산, 친환경 소재 등의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팬데믹으로 인해 패션 산업의 수요와 생산이 극심하게 위축됐다. 코로나19는 패션 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및 격리 조치들로 인해 패션 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겪었다. 소비 지출도 감소했으며 공급망도 와해됐다.

이로 인해 패션 산업은 친환경적이며 더욱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도입하는데 앞장섰다. 이 같은 흐름은 개별 패션 기업에게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패션 산업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은 패션 산업의 최우선순위가 됐다. 패션산업은 적극적으로 환경 보호를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더 나은 재활용 프로세스를 갖춘 곳에서 원자재 발주를 하고 물 사용을 줄이며 위험한 화학 물질을 안전한 물질로 대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패션 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패션 기업들은 스스로를 개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기업들은 개혁의 일환으로 생산 라인을 송두리째 바꿨다. 일례로 일부 기업들은 병원의 의료진과 의사들을 위해 마스크나 의료복을 만들었다. 또 다른 기업들은 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컬렉션을 발표했다. 이들은 의류 스타일에 최근의 심리적인 측면을 반영했다. 이와 더불어 수많은 기업들은 원자재부터 새롭게 검토한 뒤 수정을 거듭했다.

Q. 소비자들은 환경 보호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패션 산업이 친환경적인 관행을 실천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트렌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패션 산업과 럭셔리 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기업들은 전체적인 운영방식에 대해 새롭게 정립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촉발된 경제적 충격을 계기로 패션 산업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엔도 전 세계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책임감 있는 회복을 달성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제 ‘어떻게 더 낳은 산업을 재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남아있다. 환경과 관련된 사실은 분명하다.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이는 해외 항공과 선박 산업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패션 산업의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주로 원자재 생산, 섬유 생산 및 완성품 운송 등에서 발생한다.

패션 산업이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최근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매년 930억 큐빅미터에 달하는 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인구 약 500만 명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7000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이는 한 사람이 7년 동안 마시는 물의 양과 동일한 수준이다.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의류 세탁과 연관돼 있다. 의류 세탁에 필요한 물과 에너지도 영향을 미치지만 이로 인한 수자원 오염과 토양 오염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 무역개발 컨퍼런스는 ‘매년 50만 톤에 달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에 버려지고 있다’라며 ‘이는 원유 300만 배럴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섬유 염색은 전 세계 수질 오염을 초래하는 제2위의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매우 우려되는 수치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선정할 때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현재의 이러한 흐름이 미래에 더욱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패션 산업은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달성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패션 기업들은 기업의 활동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중요해졌으며 향후 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나는 패션 기업의 직원들에 대한 관심도 크다. 패션 기업의 직원들은 한편으로는 패션 산업의 소비자이기도 하다. 임원진, 관리자 및 직원들이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면 기업 문화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든 패션 기업은 인재들의 역량에 따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미래의 패션 인재들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패션 기업에 소속되길 바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 산업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Q. 우리는 ‘쉽게 버리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이로 인해 패션 관련 폐기물도 증가 중이다.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고 의류를 사는 방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우 바람직한 질문이다. 내가 원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 최근 중고 의류를 사는 추세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수년 동안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변했다. 2020년의 경우 전 세계 인구의 72%가 중고 옷을 구매했거나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 전에만 해도 해당 비율은 50%에 머물렀다.

내가 프랑스에 살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당시 구제 옷을 입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 구제 옷을 입으면 훌륭해 보이고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버지의 옷을 매우 좋아한다. 이 같은 나의 생각은 패션에 대한 교육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중고 옷 구매와 관련된 열풍이 불고 있다. 중고 의류 구매는 수많은 장점을 수반하는데 패션 산업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중고 옷을 사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사람들이 중고 옷을 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의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중고 옷을 구매하면 의류의 수명을 몇 주에서 몇 개월 혹은 몇 년 가량 더 늘릴 수 있다. 물론 옷을 오래 사용할수록 더욱 바람직하다.

이와 더불어 중고 옷을 사면 섬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미국에 소재한 온라인 중고품 판매 기업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2명 중 1명은 입지 않는 옷을 주저 없이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매년 생산하는 300억 벌의 옷 중에 62%는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되고 있다.

중고 의류에는 독특한 디자인이 많이 있다. 중고 옷을 사게 되면 패스트 패션이 찍어내는 동일한 대량 생산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빈티지 옷을 사게 된다면 독특한 패션 감각을 갖추게 될 것이다.

최근 중고 옷 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패션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물품을 중고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중에는 청바지, 블라우스, 부츠 등 기본적인 제품도 포함돼 있다. 심지어 중고 시장에서 단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구매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중고 옷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되는 의류를 대체할 수 있다. 이는 패스트 패션에 반대하는 소비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Q. 거의 매일 새로운 패션 스타일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패션 산업의 판도를 바꾼 패스트 패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패스트 패션의 경우 낮은 비용으로 의류를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1990년대 초 뉴욕과 런던 등 패션의 중심지에서 자라(Zara)와 같은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패스트 패션이 생겨났다. 하지만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저비용 패션 브랜드들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중에는 H&M, 탑샵(Topshop), 갭(Gap), 자라 등이 포함돼 있다.

패스트 패션의 논리는 간단하다. 매 시즌마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월 단위 혹은 주 단위로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들 기업들은 패션 아이템들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재고량을 줄인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패션쇼나 연예인 및 길거리 등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면 패스트 패션은 즉시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해 출시한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 속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들이 숨어 있다. 노동력 착취, 위상 문제, 생태계 파괴, 차별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부문에 대한 결과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트 패션은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심지어 우리가 입는 속옷도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개선된 인식을 바탕으로 패션 산업이 지속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만큼 패스트 패션도 더 이상 애매모호하거나 폐쇄된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패스트 패션은 우리가 입는 라벨 뒤에 어떤 것이 숨겨져 있는지 잊게 만든다. 패스트 패션은 할인 및 세일을 비롯한 다양한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이 더 많이 그리고 더 빠르게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으면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의류 산업에서 온전한 인식을 갖춘 소비자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윤리적인 패션을 소비하게 된다면 패스트 패션은 의미를 잃을 것이다.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매우 크다. 옷을 살 때는 실질적인 가격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이 지구 및 인류에 미치는 영향은 측량할 수 없다. 우리가 이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패스트 패션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낮은 가격의 이면에는 자원에 대한 압력이 존재한다. 패스트 패션은 여전히 폴리에스터, 엘라스틴, 나일론 및 아크릴과 같은 재생할 수 없는 원유 기반의 원자재를 사용한다. 염색과 같은 과정에서도 막대한 화학물질을 활용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잘 모르는 형편이다. 사람들은 ‘값싸고 빠르게 출시되는 새로운 스타일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