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서울 시내 중심가에서 택시잡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수요가 많은 시간에 택시들의 배짱영업은 사회적 문제가 돼 버린지 오래다.
베트남 호치민 1군 중심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토요일 늦은 오후부터 밤사이에 택시는 물론 차량공유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버스노선이 턱없이 부족하고 지하철이 없어 대중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호치민에서는 그 심각성이 더하다.
현재 호치민에 운행하는 36개 회사소속 택시는 1만1000여대, 그랩을 포함한 공유차량은 2만1000여대다. 호치민 교통부의 계획에 따르면 도로혼잡을 줄이기 위해 택시와 공유차량을 2025년까지 1만6000대 까지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년은 호치민 지하철 1호선이 완공된 이후다.)
실제로 인구 약1000만명이 사는 서울의 경우 4만8000여대의 택시가 운행되는데 반해, 인구 1200만명의 호치민 택시수는 공유차량 포함 3만대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면적도 호치민은 서울의 3.5배에 달한다. 호치민은 수치상으로 서울보다 택시 잡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택시 수요면에서는 서울이 좀 더 높을 수는 있다.
그렇다면 금요일 혹은 주말밤 호치민 1군에서 택시 잡기가 얼마나 힘든 걸까. 실제 베한타임즈 두 명의 기자들이 금요일밤 겪었던 경험담을 들어보자.
#1. 베한타임즈 정진구 기자는 지난달 20일 밤 9시30분경, 호치민 1군 레탄동 인근에서 모임을 마치고 푸미흥 집까지 가기 위해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랩(차량공유서비스)을 통해 4인용차량을 호출했다. 그러나 좀처럼 배차가 되지 않았다. 20여분을 그랩 어플과 씨름했지만 끝내 배차에 실패한 정 기자는 택시를 잡기로 했다. 도로를 지나는 택시는 자주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손님을 태우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간혹 빈차가 지나기도 했다. 그러나 기사는 어딘가를 급하게 가는건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거리에 정기자 앞뒤로 택시를 잡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별도의 승강장이 있던 곳이 아니어서 먼저 승차하는 사람이 임자였다. 결국 정기자는 근 1시간 이상을 1군 거리에서 방황(?)하다 겨우 택시 한 대를 잡아탈 수 있었다.
#2. 베한타임즈 최정은 기자는 더 큰 낭패를 봤다. 지난 달 27일 밤 8시, 1군 동커이거리에서 2군으로 가기 위해 그랩을 불렀다. 역시 좀처럼 배차는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이 침수될 정도의 큰비였다. 인근 편의점으로 몸을 피한 최기자는 그랩은 물론, 택시 어플까지 활용해 봤지만 허사였다. 이런식으로 차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최기자는 평소 택시 이동이 잦은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 입구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기자가 입구에 도착하자 호텔 직원 한 명이 번호표를 건넸다. 번호표 순서에 따라 승차를 하도록 한 것이다. 최기자가 받은 번호표는 15번이었다. 10여분을 기다려야 택시 한 두대가 왔다. 심지어 번호표 없이 택시를 타려는 손님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날 최기자는 거의 밤 11시가 다 돼서야 집에 올 수 있었다.
금요일 밤은 호치민 중심가에서 택시 수요가 가장 높은 시간대다. 여기에 택시들의 승차거부는 베트남에도 존재한다. 목적지가 가까운 승객들을 태우지 않으려는 기사들의 속성은 매한가지다.
피크타임에는 1군 도심에 아예 들어가지 않는 기사들도 있다. 그랩으로 공유차량을 모는 응웬꾸억다이씨는 “금요일밤 1군에서는 차가 막혀 돌아 나오기 힘들다. 비가 오면 침수구간도 많다. 차라리 4군쪽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택시를 조금이라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도심에서 택시 대기 장소를 미리 파악해두자. 호치민에는 공공 택시 승강장을 찾기 어렵다. 대신 택시회사별 거점 승강장이 곳곳에 있다. 이곳도 피크타임에는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택시 잡을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그밖에 대형 호텔이나 쇼핑몰 입구는 상대적으로 택시가 많은 장소다.
2. 배차가 안된다며 오토바이 택시를 활용한다. 오토바이택시는 일반 차량에 비해 훨씬 잘 잡힌다. 도로 정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다보니 배차가 수월하다. 가격도 훨씬 저렴한데다 피크타임 때는 일반 택시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비 오는 날은 예외다.
3. 비가 올 때는 8인승 이상의 대형차량을 호출한다. 폭우가 쏟아지면 여기저기 침수구간이 발생하는데 일반 소형차량은 운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랩이나 택시 어플리케이션에는 대형차량 선택 옵션이 있다. 가격은 다소 높지만 소형차량 보다 상대적으로 배차가 용이하다.
4. 베트남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해보자. 현재 차량공유 서비스는 그랩이 독보적이다. 우버가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그랩은 독과점과 마찬가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랩을 활용하다보니 피크타임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현재 베트남에서 서비스 중인 차량공유 어플은 그랩 외에 5개가 더 있다. 이중 바토는 프엉짱투어와 트랜스포트JSC가 1억달러를 투자한 베트남의 신생업체다. 장거리의 경우 그랩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고 있다. 차량대수는 부족하지만 수요가 적다보니 오히려 배차가 빨리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아직까지 영어판 어플리케이션이 없고 일부지역에서는 아예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