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지역별로 다채로운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도시의 번화한 거리와 상반되는 느낌의 껀저(Cản Giờ)는 베트남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관광 명소이다. 이곳은 SBS ‘정글의 법칙’,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졌다. 일명 원숭이 섬이라고도 불리며 경이로운 열대우림을 자랑한다. 껀저섬은 호치민에서 남쪽으로 50km쯤 떨어진 곳에 있고, 빈카인 선착장을 통해 차량을 배에 싣고 들어갈 수도 있다. 10분 정도 배를 타고 잔잔한 강을 건너자 자연그대로의 껀저섬이 펼쳐진다.
껀저섬의 주인은 원숭이? 악어?
껀저섬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 메콩강 삼각주에 위치해있다. 특히 1000여 마리의 야생 원숭이를 만날 수 있어 이색적이다. 원숭이섬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서 원숭이들을 목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원숭이들은 사람에게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콜라캔이나 물통을 손에 들고 핥아먹는 모습,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는 모습 등 어쩌면 인간들과 다를 바 없는 행동들을 한다. 간혹 보이는 새끼 원숭이들은 귀엽기까지 하다. 열대우림으로 둘러싸인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원숭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간혹 짓궂은 원숭이들이 사람을 위협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먹을 것을 들고 있는 관광객들은 원숭이들의 타겟이 될 수 있다. 원숭이에게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것도 삼가야 한다. 원숭이 세계에서는 이를 드러내는 것은 싸우자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행가이드는 선글라스나 휴대전화를 빼앗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알려준다. 빼앗길 염려가 있는 음식이나 귀중품들은 아예 소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떻게 보면 원숭이들이 주인인 섬을 찾은 방문객인 만큼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습지에는 악어도 만날 수 있다. 뜨거운 숨을 내뿜는 악어들에게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입을 쩌억 벌리는 악어를 지켜보기만 해도 으스스한 기분이 느껴진다. 악어에게 잡아먹힐 염려 때문일까. 악어 서식지에는 그 많던 원숭이들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맹그로브 숲을 탐험하다
껀저섬 내 맹그로브 숲은 유네스코가 생태보전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약 8만ha의 숲과 수천 종의 야생 희귀 동식물이 서식 중이다.
맹그로브 숲은 베트남의 허파라고 할 수 있다. 맹그로브(mangrove)는 주로 열대·아열대 지역의 갯벌이나 바닷가에 서식하며, 73종이 전 세계 123개국, 약 15만㎢에 걸쳐 분포한다.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시키며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해안 생태계에 반드시 필요한 맹그로브 나무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씨로 번식하지 않고 나뭇가지에서 어느 정도 자라면 물에 떨어져 또 자라기 때문이다. 맹그로브 나무의 뿌리는 물밑 10m 정도까지 내려가 있다. 기후 변화 대응에 효과적인 식물로 태풍이 오면 방풍림 역할을 해 매우 유용하다. 또한 오염물질 정화 기능이 있고, 물고기의 산란장 역할도 한다. 토양의 유실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어 환경적, 생태적인 기능으로도 중요하다.
최대 8명이 탈 수 있는 모터보트를 타고 울창한 맹그로브 숲 사이로 얽혀있는 수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다. 좌우로 흔들리며 수로를 가로지르는 모터보트는 껀저투어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트투어 중 리뇬(LY Nhon) 마을이라는 곳에 잠시 내릴 수 있다. 밀림의 한 가운데 고립된 섬 속의 섬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은 월남전 당시 베트남군의 지역 사령부이자, 은신처였다. 이 일대는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 무렵, 무수한 폭격과 고엽제 살포로 크게 훼손된바 있다. 현재는 베트남 정부와 환경단체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점차 회복되는 중이다.
10분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는 리뇬마을에서는 월남전 당시 공을 세운 유공자들의 흔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당시 베트남 군인들의 생활상을 모형으로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다. 마을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기념탑은 전쟁 당시 임무를 수행하다 희생된 800여명 업적을 기리고 있다. 울창한 맹그로브숲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면서도, 전쟁의 상흔이 느껴져 잠시 엄숙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