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꾸이즈엉(Lê Quý Dương)은 베트남에서 ‘축제의 마법사’로 알려진 유명 감독이다. 그는 후에(Huế) 페스티벌을 비롯해 벤쩨(Bến Tre)에서 열린 코코넛 페스티벌, 다낭(Đà Nẵng) 에서 열렸던 국제 불꽃놀이 페스티벌, 나짱(Nha Trang)의 해안 페스티벌 등을 포함한 유명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레꾸이즈엉은 호주의 국립 드라마예술 연구원(NIDA)에서 연극감독 학위를 받았으며 로스엔젤레스의 영화 학교에서 영화감독 학위를 취득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국내외에서 저명한 상을 수차례에 걸쳐 받았다. 레꾸이즈엉은 아시아 태평양 연극학교 연합(APB)의 창립 멤버이며 세계 행위예술 협회의 회원이다. 이와 함께 그는 유네스코 국제 페스티벌 포럼(IFF) 및 국제 연극기구(ITI)의 회장으로 헌신하고 있다.
베트남 뉴스는 레꾸이즈엉과 함께 펜데믹이 연극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그의 감독 생활 등을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최근 ‘왕이 되다(Làm Vua)’라는 연극의 연출을 마무리했다고 들었다. 연극 ‘왕이 되다’는 베트남 딘티엔황 왕(Đinh Tiên Hoàng. 924-979)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알고 있다. 해당 연극이 6회에 걸쳐 공연되는 동안 수많은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최근 몇 년간 나를 비롯한 수많은 베트남 예술가들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사실상 베트남에서 수상 인형극을 제외하면, 연극, 전통 드라마(tuồng), 오페라 등과 같은 행위 예술은 인기가 높지 않다. 특히 젊은이들의 관심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현대인들은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기반으로 한 연극이 인기를 끌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나는 사극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노력했다.
첫째 나는 극이 진행되는 90분 동안 관객들의 흥미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대본을 변경했다. 만약 내용 전개가 지지부진하다면 관객들은 당연히 지루하게 생각할 거라고 확신했다.
둘째로 나는 무대 배경에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관객들이 무대 배경에 매료됐다. 나는 북부 닌빈성(Ninh Bình)에 있는 딘(Đinh) 사원의 동상과 건축물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를 기반으로 연극 무대를 딘 왕조 궁전의 일부분과 동일하게 장식했다.
연극 ‘왕이 되다’는 하노이에서 6회에 걸쳐 공연됐으며 향후 닌빈성과 호치민시에서도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향후 국제 연극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조명을 최대한 활용해 연극 무대를 꾸몄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올해 국제 페스티벌에 출품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Q. 레꾸이즈엉 감독은 페스티벌과 무대 예술 등의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걸로 알고 있다. 페스티벌은 브랜드 홍보를 원하는 기업들이 후원을 하는 반면 연극과 같은 무대 예술을 후원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무대 예술을 연출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나는 연극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심혈을 기울인다. 자금은 연출자 및 투자자들 모두가 겪는 공통의 문제다. 나는 연출자로 일하면서 해당 극의 재정 상황을 먼저 파악한다. 그 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극의 매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재정도 중요하지만 극의 성공에는 아이디어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재정이 충분해도 좋은 아이디어나 새로운 생각, 인상적인 구상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훌륭한 작품을 제작할 수 없다. 나는 극을 연출하기 전에 ‘과연 내 자신이 해당 작품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자문한다. 영감과 감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극의 내용과 표현 방법이 떠오른다. 이와 함께 감정을 통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결의, 창의력 및 지식 등을 얻을 수 있다.
페스티벌은 재정 후원을 쉽게 받을 수 있지만 무대 예술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페스티벌과 무대 연극의 내용, 형식, 규모 및 가치 등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페스티벌은 수천 혹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페스티벌은 개최하는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문화적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연극의 경우 관객 수도 적기 때문에 후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연극의 수준과 관련해 설명하자면, 비록 적은 예산으로 제작했더라도 훌륭한 연극은 지역사회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좋은 연극은 시민과 지역사회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의 지도자들에게도 강력한 영향을 남길 수 있다. 연극의 가치는 페스티벌 보다 훨씬 더 높다. 베트남의 루꽝부(Lưu Quang Vũ, 1948-1988)를 비롯한 타오맛(Tào Mạt, 1930-1993)과 같은 연극 작가는 아직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Q. 베트남의 행위 예술이 어떻게 하면 해외 관객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내가 해외에서 일한 경험을 비춰보면 현재 국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해외 관객들은 베트남의 현대식 무대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외국인들은 나에게 ‘베트남에는 수상 인형극 밖에 없나’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사실상 베트남에는 외국인들의 관점에 부합하는 전문적인 공연이 부재한 상황이다.
해외 관객들을 위한 적절한 연극을 제작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연극의 내용 측면에서 보면, 베트남의 현대 사회를 깊은 부분까지 진솔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형식의 경우 우리는 베트남의 문화 정체성을 독특하게 표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통의 측면에서 우리는 해외 관객들에게 베트남의 예술을 소개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소통의 매개로 외교관, 기업, 여행사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후 해외의 해당 언어로 자막과 광고를 제작해야 한다.
해외 국가에서 수많은 연극이 공연되지만 자막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해당 공연은 해외에 거주하는 베트남 교포들에게는 다가갈 수 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어필할 수가 없다. 우리는 해외에서 공연하는 것과 외국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하는 것이 다르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베트남 교포를 대상으로 공연을 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외국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연극을 제작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Q. 많은 연극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연극 이외의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다. 이중 많은 사람들이 낮은 소득으로 인해 연극을 그만두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타깝게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낮은 소득이 연극을 그만두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열정이 높은 많은 예술가들을 알고 있다. 이들은 좋은 극본과 의지할 수 있는 감독만 있다면 결코 포기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이들은 합심하면 무언가 큰 걸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연극을 지속하고 있다.
Q. 현지 예술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나도 어려움을 겪었다. 나 또한 수많은 프로젝트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공연이 취소됐다. 심지어 모든 준비가 완료된 공연도 취소가 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내가 가진 내면의 에너지를 ‘시’라는 다른 분야에 쏟고 있다. 나는 ‘꿈의 스케치’라는 2개 국어로 구성된 시집을 발간했다. 해당 시집은 15명의 예술가들이 작업을 진행했는데 다양한 시와 45가지의 그림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내가 창작한 시에는 삽화가 포함돼있지 않다. 사람들이 시를 읽으면서 예술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페스티벌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그동안 나는 시를 쓸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예술가들은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창작을 멈추지 않는다. 예술가들은 어려움 속에서 영감을 얻는 존재들이다.